[서평 / 독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 러너들이 읽어보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
달리기를 취미로 하면서 마라톤과 트레일러닝까지 달려보고 있는 요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잘 뛰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경지까지 올라갔고.. 어떤 생각을 할까"
달리기를 하는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많지만 책을 쓴 작가들은 많이 보이진 않는 것 같다.
무언가 전문적인 달리기 지식이나 아니면 몇십년을 달려온 세월의 습관이 묻어나는 그런 책을 읽고 싶었는데,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단한 러너라는 걸 최근에야 알 게 됬다.
그것도 매일 10KM(평균적으로)를 달리는 러너라는 것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 중에서 달리기에 관한 책이 있나 찾아봤다.
워낙에 본인의 취향이나 일상이 책에 묻어나는 작가라서 역시 한 권 있었는데,
내가 찾던 달리기의 본질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과 가까워 보였다.
작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과 집착, 고집이 있는 듯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달리기에 대한 신념이 보이는데 결국 인생에 대한 신념과 같다.
계속 하는 것 -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 장기적이 작업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그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 19p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계속 하는 것' 이다. 습관을 넘어서 그냥 생활의 일부다.
우리에게 제일 어려운 건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달린다' 라는게 그런 범주다.
나는 매일 달리기를 (여러가지 이유로) 못하고 안하고 있지만 세간에서 매일 달리기라는 주제를 놓고 건강에 좋지않다. 그렇게 하면 오래 못한다라고 하는데 그런 것 만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없는듯하다.
그냥 그건 그렇게 하면 안돼 다쳐. 라고 해버리면 쉽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건 무시해버리고 매일 달린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아마도 분명 그 주변에서도 다들 왈가왈부 하겠지만 그는 그냥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까닭 없이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중략)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 41p
세상에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뜻대로 설득시키기도 쉽지않고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살아가야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런 상황이 있을 때 달리기를 통해서 육체를 소모시키고 결국 본인의 내면과 육체 안에서 고행을 끝낸다. 지극히 일본인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점이 나에게도 필요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자아성찰은 단순히 마음 수련이나 명상으로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소모, 땀과 노력이 있는 운동에서 내 힘과 분노를 어느 정도 털어놔야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을 공감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니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 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115, 116p
책에서 제일 나를 달궈놓았던 부분이다.
그니까 핑계대지 말란거다. 목숨이 걸린 일처럼 대하라는 것이다.
눈과 비가 조금 와도 조금 추워도 귀찮아도 시간이 부족해도
어떻게든 달릴 구석은 있으니까.. 그냥 해라 라는 말들이 나에게 필요한 말 같았다.
이 사람은 지금 '달리기'라는 주제로 결국은 인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모두 각자가 '달리기'라고 여기는 과업이 한 개쯤은 있으니 그걸 모숨을 걸고 해보는 건 어떨까.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이 책을 다 읽음과 동시에
해보지 않았던 한 달에 150KM 달리기를 이번 2025년 4월 내내 도전중이다.
4월 말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목숨의 조금을 내놔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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